[한국뉴스투데이] 유럽연합(EU)이 화물 사업 매각 등을 전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제 합병 마지막 관문인 미국 법무부의 승인만 남은 가운데 대한항공은 상반기 중으로 미국이 우려하는 독과점과 관련해 뉴욕 등 주요 미주 노선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일부 넘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조건부로 합병 승인
13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이하 EU)이 3년여 만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위해 EU와 기업결합 사전 협의 절차를 개시했고 지난해 1월 정식 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후 EU가 독과점을 우려하자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여객과 화물 사업의 경쟁 제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조치안에는 EU가 우려한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두 가지 내용의 조건이 담겼다. 먼저 여객 부문에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4개 중복 노선을 이관받아 운항을 개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고 화물 부문과 관련해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매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여객 사업은 신규 진입 항공사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발 파리와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4개 노선에 진입하게 된다. 화물 사업과 관련해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과 매수자 선정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이후 대한항공은 매수자 적격성 등과 관련해 EU의 추가 판단을 받게 될 예정이다. 현재 화물사업 부문 인수 후보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LCC 4곳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올 하반기 중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각 준비를 마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미국의 승인
EU의 조건부 승인으로 이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미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신고하면서 필수 신고국 14개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이에 같은해 튀르키예와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6개 국가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2022년에는 우리나라 공정위를 포함해 싱가포르와 호주, 중국의 승인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영국의 승인을 따냈다. 올해 1월 일본이 승인한데 이어 가장 까다로웠던 EU까지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이제 마지막 미국의 승인만 남은 상황이다. 현재 미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미주 일부 노선에 대한 독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화물사업 부문과 관련해서는 EU와의 조건부 승인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면 독점 우려가 해소된다는 입장이다. 여객 부문에서도 뉴욕과 LA 등 주요 미주 노선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일부 넘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미국의 독점 우려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과 공동으로 운항해 온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이 노선 경쟁력을 우려해 양사의 합병을 결사 반대하는 등 현지 항공업계의 반발이 거세고 미국 법무부 역시 경쟁 제한을 이유로 양사의 합병을 막기 위한 소송을 검토했다는 언론의 보도도 나온 바 있어 기업결합심사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실질적 합병에는 약 2년 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승인만 떨어질 경우 대한항공은 초대형 항공사로 단숨에 뛰어오를 것이란 기대가 크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3년 연간 매출 14조5751억원, 영업이익 1조5869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 규모를 달성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매출까지 더해지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은 20조원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2022년 매출 기준 1위인 델타항공(65조원), 2위 아메리칸항공(62조원), 3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홀딩스(57조원), 4위 루프트한자(40조원), 5위 에어프랑스-KLM(32조원), 6위 사우스웨스트항공(30조원), 7위 IAG항공(27조원), 8위 터키항공(21조원). 9위 중국 남방항공(21조원)에 이어 세계 10위가 예상된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완전한 합병까지는 약 2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된다고 가정할 경우 하반기까지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과 유럽과 영국,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와의 조건부 승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슬롯 반납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작업과 동시에 인력 재배치와 고용 승계, 재무구조 개선, 우수고객 통합, 마일리지 통합 작업 등 내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으로 완전 흡수되기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