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아이폰 제조업체인 애플이 지난 10년간 공들여 준비한 자율주행 전기차(EV) 애플카 개발을 중단했다. 애플이 애플카를 포기한 이유는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업계 성장이 둔화된 것은 물론 자율주행차 구현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애플카 무산 소식에 전기차 업계 1위인 테슬라는 안도하는 눈치다. 하지만 결국 전기차 시장 전반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애플의 야심작 애플카 공중분해
지난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부사장은 애플카를 개발하는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체하기로 결정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2000명의 직원에게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지난 2014년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으로 최초의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를 개발해왔다. 애플카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동차로 자율주행 5단계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간 애플은 애플카를 위해 자율주행 스타트업 ‘Drive AI’를 인수하고 테슬라 오토파일럿 중역인 크리스토퍼 무어를 영입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당초 애플카의 출시 예정은 오는 2025년이었다. 하지만 핵심 임원인 더그 필드가 포드자동차로 자리를 옮기고 최근에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퇴사하는 등 프로젝트 타이탄의 핵심 임직원들의 인사 이동은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의 속도를 늦추는데 한 몫을 했다.
특히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애프카 개발 프로젝트를 포기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미국 등 전세계 전기차 판매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고 전기차로 전향하겠다던 완성차 업체들은 조금씩 말을 바꾸고 있다. 특히 테슬라의 자율주행 서비스가 아직 2단계 자율주행까지 인정받으면서 당초 자율주행 5단계를 약속했었던 애플은 4단계로 말을 바꿨다가 결국에는 애플카 프로젝트 자체를 무산시켰다.
애플카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애플은 앞으로 AI와 공간컴퓨팅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앞서 애플은 올해 2월 공간컴퓨팅 장치인 ‘비전 프로’를 공식적으로 출시한 바 있다. 또, 프로젝트 타이탄에 참여했던 2000명의 직원들 대부분을 AI쪽으로 이동시키고 올해 6월에 개최될 애플 연례 개발자 회의(WWDC) 2024에서 개발자 대상의 iOS18 베타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iOS18의 정식 버전 발표는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다.
애플카 무산에 테슬라 웃었다
애플카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최대 수혜자는 테슬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애플과 테슬라는 라이벌 아닌 라이벌 관계를 맺어왔다. 애플은 강력한 하드웨어 생태계를 바탕으로 애플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테슬라 출신의 자동차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해 자동차 연구부서를 운영해 왔다. 자동차 엔지니어 뿐만 아니라 기계 디자이너, 글로벌 공급망 매니저 등 지난 2017년부터 테슬라에서 애플로 이직한 직원은 수십명에 달한다.
이같은 애플의 행보는 테슬라에겐 눈엣가시였다. 테슬라로써는 직원을 빼가는 애플을 곱게 볼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애플을 대체하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도 있다면서 테슬라폰 출시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애플을 견제해왔다. 애플카 중단 소식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경례하는 모습의 이모티콘을 올려 애플의 철수 소식을 자축하는 모습은 양사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특히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이유 중 하나인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 1월 테슬라는 FSD 베타버전 12를 출시한 바 있다. FSD 베타버전 12는 종단간(end-to-end) 신경망이라는 기능이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프로그래머의 주행 명령 코드가 아닌 AI 신경망을 통해 차량 제어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말한다.
테슬라 내부에서는 이번에 출시된 FSD 베타버전 12가 완전 자율주행과 상당히 근접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 일론 머스트 CEO는 FSD 베타버전 12에서 베타 딱지를 떼고 정식 버전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는 현재의 FSD 베타버전 12이 정식 버전으로 출시될 경우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상대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입지는 독보적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에는 악재 가능성
반면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은 안그래도 둔화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예측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연평균 65%씩 늘어났었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는 9%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같은 추세면 감소세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전망을 뒷받침 하듯 올해 1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실적은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순수전기차(BEV)와 하이브리드 등을 포함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는 110만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비 26%가 감소한 수치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각각 50% 안팎으로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전기차 보조금은 줄이고 반면 규제는 강화하는 유럽연합과 각국의 전기차 관련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전기차 보조금은 줄이고 규제는 강화하는 각국의 전기차 관련 법안이 원인이다. 전기차 구매 시 세액공제 혜택 등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제조에서 중국 등 우려국가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일정률 이하로 사용하도록 하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유럽 외 지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각종 법안으로 보조금이 없어져 높아진 가격과 늘어나는 전기차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 짧은 주행거리, 갑작스러운 화재 등은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다. 이에 GM과 포드 등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투자를 연기하고 있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는 2030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이와중에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소식까지 겹치면서 전기차 시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