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최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보통 전기차는 주행이나 충전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하는데 당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는 주차 중인 상태였다. 여기에 화재 발생 장소가 지하주차장이라는 이유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이번 청라 전기차 화재는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겼다.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 감시카메라(CCTV)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화재는 주차돼 있던 벤츠 EQE350모델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차주인 40대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7시16분쯤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주차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 차량의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으면서 시작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당국이 출동했지만 지하주차장의 높이 문제와 연기 등으로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화재 발생 이후 약 8시간20분만에야 진화됐다. 화재로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72대가 불에 탔고 70여대는 열손 및 그을림 등의 피해를 봤다.
이번 화재로 입주민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한 주민 22명과 온열질환 증상을 보인 소방관 1명 등 모두 2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아파트 전기 설비가 망가져 아파트 단지 14개 동 가운데 5개동 480세대의 전기가 끊겼고 일부 아파트는 안전 문제로 주민의 복귀가 미뤄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재산피해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현장 CCTV를 분석한 결과 A씨의 차량은 전기차 충전소가 아닌 일반 주차구역에 주차돼 있었고 주차한 지 약 59시간 만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가 주차를 하고 폭발이 일어나기까지 차량에 외부적인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화재 감식에는 경찰과 국과수,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인천소방본부 화재조사팀, 벤츠코리아 등이 참여했다.
이번 화재가 남긴 숙제
이번 화재 이후 전기차가 두렵다는 차주가 늘고 있다. 보통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결함이나 충전기 문제, 충전 과열 등으로 발생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가 주행 중이거나 충전 중일 때 발생했던 이전 사례들과 달리 이번 화재는 차량이 2일 이상 주차 중이었다는 점에서 전기차 화재 공포를 더욱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배터리 결함은 전기차 화재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여름철 직사광선에 아래 주차된 전기차는 높은 온도로 인해 배터리 과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급속 충전을 할 경우에도 배터리 과열이 발생한다. 이에 전기차는 배터리의 온도와 전압 등을 관리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 (BMS)을 설치하지만 BMS에 문제가 생기면 화재 위험성은 매우 높아진다.
여기에 이번 화재는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해 피해를 키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배터리로 인한 화재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열폭주 현상은 리튬배터리의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고 내부 화화적 반응으로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말그대로 열이 폭주하는 통제 불가능한 화재를 말한다.
대부분의 전기차의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탑재돼 있고 평소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하우징’이라는 특수 케이스에 담겨 있다. 이에 일반 화재와 달리 물을 분사하는 방법으로는 진압이 어렵고 배터리 자체를 물이 담긴 수조에 담궈야 하는데 이번 화재는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탓에 소방당국이 진입을 하지 못해 화재 이후 제대로 진압을 하지 못했다.
전기차 화재 방지 움직임 분주
이에 이번 화재 이후 일부 대형 아파트 단지를 시작으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충전과 주차를 금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하고 대부분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설비를 지상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신규 전기차 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의 강력한 방안도 내놓고 있다.
정부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로 친환경 전환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환경부는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지침’을 변경하고 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화재예방형 완속충전시설의 지원단가를 최대 40만원까지 늘렸다. 화재예방형 충전기에 필요한 전력선통신(PLC) 모뎀의 시장가격이 40만원대임을 고려하면 사업자는 비용부담 없이 화재예방형 기기를 설치하는 셈이다.
화재예방형 완속충전시설은 배터리 상태정보를 수집해 과충전을 방지한다. 또 충전기에서 전송된 데이터를 이용해 화재예방에 활용한다. 특히 보통 80% 선에서 배터리 충전이 중단되는 급속충전기보다 100%까지 충전되는 완속충전기에서 화재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는 올해부터는 화재예방형 완속충전기 보급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이는 전기차 화재 예방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현재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안전 기준과 규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기 설치와 동시에 특수 소방 장비를 확충하는 등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대부분 지하에 설치된 충전기를 지상으로 이전하고 전기차 화재로 인한 보상과 분쟁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