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최근 인천 서구 청라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데 이어 경기 용인시 도로에 세워둔 테슬라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연이은 전기차 화재에 전기차에 대한 공포가 급속도로 커지는 가운데 전기차 업계에서는 배터리 공개에 들어갔고 관련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벤츠에 테슬라까지 화재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벤츠 EQE350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차주는 지난달 29일 오후 7시16분쯤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주차를 했고 해당 차량은 주차된지 59시간 뒤에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주차장에 세워진 수 백대의 차량에 피해를 입혔다.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지 보름만에 이번에는 테슬라 전기차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6일 오후 7시 경기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한 도로에 주차된 테슬라 모델X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18대를 투입해 약 3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고 진화에 성공했다.
앞서 벤츠 전기차는 사흘 이상 주차돼 있던 상황에서 화재가 났고 테슬라 전기차 역시 충전 중이 아닌 노상에 주차가 된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이은 전기차 화재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오후 전기차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서울 남부하이테크센터를 방문해 ‘전기차 특별안전 점검’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박 장관은 업계를 향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전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차 특별점검을 내실있게 수행하고, 안전한 전기차 개발에도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전기차의 제작부터 운행, 검사, 무상점검 등을 철저히 관리하고, 전기차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포함해 9월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종합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전기차 포비아에 배터리 공개
연이은 전기차 화재에 차주들의 공포감이 커지자 국내에서 전기차를 제조·판매하는 완성차 업체 17곳이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그간 완성차 업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배터리 정보를 비밀로 해왔지만 전기차 화재의 원인인 배터리 결함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정부가 배터리 정보를 공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현황’과 각 완성차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곳은 현대차다. 지난 9일 현대차는 단종된 차종을 포함해 총 13종(제네시스 3종 포함)의 배터리 정보를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 9종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배터리를, 1종은 중국 CATL 제품을 사용했다.
제네시스 3종은 모두 SK온 배터리를 장착했다. 단종 모델을 포함한 기아의 전기차 7종 가운데 5종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배터리를 사용하며, 나머지 2종은 생산 기간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중국의 CATL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 쉐보레 브랜드의 2종에, 르노코리아는 3종에 모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됐다. KG모빌리티는 2종에 모두 중국 BYD(비야디)의 배터리를 장착했다.
수입차 중에는 BMW가 지난 12일 처음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BMW는 단종 제품을 포함해 전기차 7종 중 4종에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했다. 나머지 2종은 CATL 배터리를, 나머지 1종은 삼성SDI와 CATL 배터리를 사용했다. 벤츠 7종의 전기차 중 2종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배터리가, 나머지 5종에는 중국 CATL 및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1종의 전기차에는 CATL 배터리가 들어갔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델 14종에 삼성SDI 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볼보 2종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했다. 폴스타는 폴스타2 일부 모델에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전 생산 제품) 배터리를 장착했고, 나머지에는 CATL 배터리를 탑재했다.
테슬라의 경우 모델3와 모델Y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모델X와 모델S에는 파나소닉 배터리만 사용됐다. 렉서스는 유일한 전기차 모델인 RZ450e에 도요타와 파나소닉홀딩스 합작사인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 & 솔루션즈’(PPES)의 제품을 장착했다. 포르쉐는 타이칸 전 모델에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썼다. 지프와 푸조는 총 3종의 전기차에 모두 CATL 제품을 사용했다.
배터리 관련 법안 발의 봇물
그럼에도 전기차 포비아의 확산 기세에 정치권은 배터리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분주하다. 지난 14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제조사와 상품명 등 정보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시킬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에서 공개대상에서 빠져 있다. 최근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에 국민적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한 의원은 배터리 제조사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전기차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 규명도 명확해질 것이라며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와 상품명을 자동차등록원부에 등록하도록 하는 '배터리 실명법'(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전기차에 사용된 배터리의 제조사와 상품명을 자동차등록원부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편, 정부는 전기차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배터리 안전성을 정부가 사전에 인증하는 배터리 인증제와 전(全) 주기 배터리 이력관리제 도입을 위한 제도 개선을 완료하고,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발의된 법안이 차례로 통과되면 전기차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일부 사그라들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