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죽이기'와 '적대적 M&A 시도' 입장 차이
[한국뉴스투데이]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간의 경영권 분쟁이 연장전에 돌입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언급하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자사주 공개매수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 추가 상향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분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영풍·MBK vs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유
4일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를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추가 인상하고 발행주식총수 약 6.98% 최소 매수 수량도 삭제했다. 이에 매수 마감일은 이날에서 오는 14일로 연장됐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주식 모두를 사들이는 한이 있어도 확실한 경영권을 가져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동맹 사이였던 영풍과 고려아연은 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을까. 지난 5월 기준 영풍은 재계 자산 순위 32위로 장병희(영풍) 창업주와 최기호(고려아연) 창업주가 공동으로 1949년에 설립한 회사다. 이후 장씨 일가의 영풍과 최씨 일가의 고려아연은 3대에 걸쳐 공동 경영을 해왔다. 문제는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한 뒤 이차전지 사업 소재 등 신사업 확대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고려아연은 신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현대차그룹 내 미국 법인인 HMG Global LLC로부터 5272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신사업 확대를 위해 차입을 늘린 고려아연은 배당 줄이기에 나섰고 이를 대주주인 영풍이 반대하면서 양 측간 입장 차이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고려아연은 올해 3월 열린 주총에서 배안결의안과 정관변경안을 꺼냈고 영풍과 충돌했다. 당시 주총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배당안은 참석 주주의 61.5%가 찬성하면서 고려아연이 최초 상정한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으로 통과가 됐다. 여기에는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이 원안에 찬성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정관안은 참석주주 과반 찬성을 얻었지만 특별결의 요건인 참석주주의 3분의2 동의를 받지 못해 부결됐다. 이후 영풍은 HMG Global LLC 유상증자 신주발행 무효 소송에 나섰고 고려아연은 영풍과 원료 공동구매와 영업종료를 선언하면서 양 측의 분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고려아연은 영풍의 핵심 계열사인 서린상사 경영권을 확보하고 영풍 본사에서 빠져나와 종로구로 회사를 옮기면서 확실한 선 긋기에 돌입했다.
영풍,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대응
이에 영풍은 지난 9월 12일 MBK파트너스와 경영협력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맺은 경영협력계약은 영풍 장씨 집안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MBK파트너스에 넘긴다는 조건이다. 이후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 약 6.98~14.61%를 공개매수하면서 경영권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고려아연 지분 약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영풍 장씨 집안과 고려아연 최씨 집안이 보유한 지분 나머지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지난달 27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반대로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면서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면서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경영권 장악 이후 기존에 영풍과 고려아연이 함께 거래해 오던 고객사에 온갖 협박과 회유로 영풍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사장은 "최 회장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올해 4월 고려아연은 공동구매도 중단한다고 모든 정광 원료 구매처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영풍 입장에서는 최 회장의 지휘 하에 있는 고려아연이 석포제련소를 아예 지구상에서 없애려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들어 뭐라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4월 15일 고려아연이 일방적인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통보를 한 것이 결정적 계기라고 강조했다.
황산취급대행계약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들어진 황산을 항만부두 내 황산저장시설이 있는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일부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하는 계약이다. 강 사장은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산되는 부산물로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을 생산할 수 없는데 지난 20년간 잘 유지돼 왔던 이 계약을 끊겠다는 것은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승부수에도 결국 연장전으로
이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지난 2일 경영권 방어 방안 기자회견을 열고 맞섰다. 최 회장은 “이날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자기주식 공개매수 취득 예정주식수는 고려아연 전체 발행주식수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9009주로, 1주당 매수가격은 83만원이다. 또 이사회는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공개매수에는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이 고려아연의 공동매수자로 참여했다. 최 회장은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의 경영이나 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 재무적투자자로 이번 공개매수에 약 43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발행주식수의 2.5%에 해당하는 51만7582주를 취득할 계획”이라며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취득 예정인 총 주식수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18.0%인 총 372만6591주이며 전체 금액은 약 3조1000억”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 회장은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임을 내세워 자신들이 고려아연을 경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고려아연이 적대적 M&A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등 정당한 방어 조치들을 취하는 것은 특정 주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회사와 전체 주주 및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처럼 고려아연이 승부수를 띄웠으나 이날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올렸고 최소 매입 수량(6.98%) 문구를 삭제한 뒤 최대 수량인 14.61%만 남겨두면서 양 측간 분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개매수 종료일이 이달 6일(거래일 기준 4일)에서 14일로 연장된 가운데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의 결말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