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편의점‧대형마트도 신제품 론칭은 자제
“더 이상 축제 아냐”…사회적 책임 목소리 높아
[한국뉴스투데이] 2022년 10월 29일이었다. 이국적 정취로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였던 이태원이 어두운 과거의 장소가 된 것은 그날 밤 10시였다. 이태원참사는 엔데믹과 맞물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인파가 이태원의 좁은 골목에 몰려들면서 발생한 압사사고다.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이 사고로 159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 사회 재난 11번째,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이자 최대 재난으로 기록된 이태원참사 이후로 대한민국의 핼러윈은 애도의 날이 되었다. 그 후로 2년. 다시 돌아온 핼러윈 주간, 달라진 핼러윈 풍경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이번 주말, 이태원 가도 될까요?” 매년 10월31일은 핼러윈데이이다. 미국이 중심이 되는 축제이지만 현재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즐기는 축제 중 하나다. ‘핼러윈 분장’, ‘핼러윈 행사’ 등이 포털에 검색되고, 유소년층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핼러윈데이 행사가 열리곤 했다.
애도와 축제 사이
이태원은 세계음식문화거리 등을 중심으로 핼러윈 행사의 중심이 되는 지역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회적 애도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작년의 이태원은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하게 핼러윈을 보냈다. 올해의 이태원은 대대적 행사의 기획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업장별 소규모 행사나 개인을 중심으로 한 모임은 온라인 상에서 더러 확인되지만, 전반적으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유가족들은 2주기를 맞아 그날 참사의 진상 파악을 위한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지난 21일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집중추모주간’을 선포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를 호소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참사 희생자 159명을 의미하는 오후 1시59분, 참사 현장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30년 전 성수대교 참사 직후 서울시장은 경질됐고 국무총리는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태원 참사에 책임 있는 자들의 책임 없는 자세를 보면서 대한민국 정치는 오히려 30년 전보다 더 퇴보했다는 자괴감만 든다”고 탄식했다. 이어 “참사가 발생하고 2주기가 다가오는 동안 왜 우리 아이들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했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답변이 없었다”며 “이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묻고 또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흔들림 없는 진상규명 활동이다. 유가협 등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과거 여러 재난 참사의 진상규명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싸움이었는지 기억한다. 이번에도 시행령과 예산 등 진상조사 과정 하나하나에서 훼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진실을 바라는 유가족 그리고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2주기 추모행사는 오는 29일까지 전국에서 열린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시민추모행진, 시민추모대회(26일 서울광장), 진실과 기억 추모식(2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참사 2주기 구술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창비) 북토크(22일과 27일 별들의집), 기억과 추모의 공연, 청년추모문화제, 학술행사』정책토론회 등이 계획되어 있다.
핼러윈 특수 포기
유통업계도 추모 분위기를 존중하는 모양새다. 유통업계서 핼러윈 데이는 대형 이벤트다. 미국 문화인 핼러윈이 우리나라 축제 중 하나로 파고든 것 역시 특수를 노린 유통업계의 마케팅 결과라 할 수 있다. 핼러윈 관련 과거 통계에 따르면, 10월 매출이 평균 30% 이상 증가할 정도로 유통업계에서는 매출의 핵심이 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태원참사 이후 핼러윈 마케팅은 유통업계에서 사라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역시 핼러윈과 관련하여 진행하는 마케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태원 참사의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2주기이니만큼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마케팅을 재개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편의점 업계는 핼러윈 대신 빼빼로데이에 집중한다. 이전에는 설날, 추석, 빼빼로데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 핼러윈데이까지 6대 이벤트가 편의점의 매출 증대 시기였으나 핼러윈에 대한 마케팅은 지행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매출이 높은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앞당겨 힘을 싣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편의점 업계에선 핼러윈데이 관련 마케팅은 따로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11월 빼빼로데이를 준비해 10월 말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은 핼러윈 대신 이른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준비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명동 본점 미디어파사드 영상을 지난해 11월 9일 처음 송출했으나 올해는 이보다 8일 앞당긴 11월 1일부터 송출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미디어파사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방문객들이 몰리며 ‘사진 맛집’으로 주목받은 곳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명동스퀘어 오픈 행사 일정에 맞춰 올해는 11월 1일에 미디어파사드 영상을 송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보다 앞당긴 11월1일부터 여의도 더현대 서울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장식할 예정이다. 더현대 서울 역시 크리스마스 인증샷 명소로 입소문을 탄 바 있는데, 지난해의 경우 방문 대기 예약 인원이 하루 몇 만 명씩 넘기기도 했다. 올해는 안전 등을 위해 사전 예약을 받아 운영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이소 등 핼러윈용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핼러윈 관련 소품은 판매할 예정이지만,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이소 관계자는 “할로윈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가정이나 유치원 내 인테리어 상품 등을 위주로 축소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핼러윈마케팅이 재개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이태원 참사 전에는 핼러윈데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분위기였는데 사고 이후로는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며 “참사의 슬픔이 가라앉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핼러윈 관련 마케팅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핼러윈 안전지대 약속
핼러윈 축제 분위기는 전과 같지 않지만, 여전히 이 시기 이태원은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오간다. 올해 핼러윈데이 인파 집중 예상 기간은 25일부터 내달 3일까지다. 중점 관리 구역은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퀴논길 일대이며 인근 지역인 해방촌과 경리단길도 관리 지역에 포함된다.
이태원참사로 많은 질타를 받았던 용산구는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서울 용산구(구청장 박희영)는 지난 21일,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용산구는 지난 3월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6조를 준수하여, 핼러윈데이 안전 관리 대책 기간 동안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 관리와 교통 통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유관 기관과 합동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주요 대책은 ▲유관기관 합동 상황실 운영 ▲유관기관 간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재난안전상황실 및 통합관제센터 관제 강화 ▲유관기관별 안전관리 지원 근무자 배치 ▲인파 혼잡관리 및 교통관리 ▲안전 위해요소 사전점검 및 단속강화 ▲안전 관련 홍보 등이다.
유관기관 합동 현장상황실은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다. 현장상황실은 용산구청 재난안전상황실, 인파관리 지능형 선별관제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방범용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와 연계해 다중 인파 밀집 예상 지역에 대한 실시간 집중 관제와 상황 관리를 할 예정이다.
몰려드는 인파를 관리하기 위한 인원도 배치한다.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퀴논길 등 주요 지점에 용산구 720명, 경찰 2964명, 소방 168명, 서울교통공사 304명 등 총 4156명 근무자를 배치한다. 이태원역 하차 인원을 기준으로 ▲1단계 주의(3000명 내외) ▲2단계 경계(5000명 내외) ▲3단계 심각(8000명 내외)으로 단계별 혼잡 상황에 따라 인력과 장비 운영을 강화한다.
특히, 중점 관리 지역인 세계음식문화거리와 퀴논길 일대에는 안전 요원을 배치해 현장 상황에 맞는 안전한 통행을 유도한다. 1단계 주의 상황에서는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고 2단계 경계 상황에서는 세계음식문화거리 인파 유입을 통제하고 입·출구를 분리한다. 3단계 심각 상황에서는 인파 유입을 차단하고 안전요원 외 예비대가 투입돼 대로변으로 이동을 유도한다.
구는 구민과 방문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 위해 요소에 대한 사전 점검을 실시하고 단속을 강화한다.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주변 불법 노점상과 노상 적치물, 옥외광고물 등을 집중 단속하고 불법 주정차와 옥외 영업 행위를 관리할 예정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유관기관과 함께 마련한 안전 관리 계획을 바탕으로 안전한 핼러윈데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인파가 혼잡해질 경우 현장에 있는 안전요원의 지시에 적극 따라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