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최근 열린 국내 모터스포츠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일본의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만났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회사이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 1위인 도요타의 아키오 회장과 3위인 현대차그룹 정 회장,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현대차와 도요타가 협력 관계임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
지난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이 열렸다.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은 국제 모터스포츠 대회 WRC에 참여하고 있는 고성능 브랜드 현대 N과 토요타 가주 레이싱(GR)이 처음으로 손잡고 현대타와 도요타의 고성능 모델과 경주차를 선보이며 국내 고객들과 함께 모터스포츠 문화를 즐기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현대 N은 2024 WRC 시즌에서 활약 중인 'i20 N Rally 1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커스터머 레이싱(Customer Racing) 을 위한 'i20 N Rally 2' 경주차 2종과 '아이오닉 5 N', '아반떼 N' 등 양산 고성능 N 라인업을 선보였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GR YARIS Rally 1 HYBRID)', 'GR 야리스 랠리 2(GR Yaris Rally 2)', GR 수프라(GR Supra)', 'GR86' 등 경주차와 고성능 모델을 선보였다.
이날 현대 N 부스에서는 1974년 선보인 포니 쿠페 디자인과 첨단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해 미래 고성능 방향을 제시하는 'N Vision 74'와 미국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에 출전해 양산형 전기 SUV 개조 부문 신기록을 달성한 '아이오닉 5 N TA 스펙'이 전시됐고 수소와 전기차 기술을 통해 자동차 문화를 선도하려는 현대의 기술력이 전시됐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부스에서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전동화 선택지를 제공하는 '멀티 패스웨이(Multi-Pathway)' 전략을 보여주기 위해 액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액체 수소 엔진 GR 코롤라(Liquid Hydrogen-Powered GR Corolla)'와 일본 만화 ‘이니셜D’에 등장해 'AE86'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스프린터 트레노(Sprinter Trueno)' 기반의 수소 콘셉트카 'AE86 H2 콘셉트'가 전시됐다.
정의선-아키오 회장 첫 공식만남
특히 이날 페스티벌이 주목받은 이유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나란히 행사장을 방문해 현대차와 도요타의 협력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이 공개된 자리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협력보다는 라이벌 관계로 지낸온 글로벌 완성차 업계 1위인 도요타와 3위인 현대차그룹의 회장들이 공개 석상에서의 만나 협력을 이야기했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날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은 함께 레이싱카를 타고 경기장에 등장했다. 아키오 회장은 모리조(Moriz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드라이버기도 하다. 정 회장은 “도요타와 같이 레이스 분야에서도 같이 잘해서 더 많은 분들이 만족하면서 차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아키오 회장은 “현대차와 도요타가 손을 잡고 앞으로 더 좋은 차를 만들고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페스티벌에는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도 참가했다. 삼성의 경우 현대차와 도요타와 자동차 전자장치라는 공동 분모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등 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삼성은 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의 가장 큰 고객으로 통한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우 2015년 제네시스 차량에 장착된 한국타이어의 마모 논란으로 현대차와 갈등을 빚어왔는데 정 회장과 조 회장의 세대 교체 등과 맞물려 2020년부터 다시 협력 모드를 돌아섰다. 최근 현대차와 한국타이어는 인증중고차용 타이어 공급협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전기차 전용 타이어인 아이온(iON) 역시 현대기아차에 장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곧 제네시스에 다시 한국타이어가 탑재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미래 모빌리티 '로보틱스' 협력
현대차와 도요타의 협력으로 언급되는 미래 모빌리티에는 자율주행과 SDV, 로보틱스, AAM, PBV-Hub 등이 있다. 이 중 현대차와 도요타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협력을 예고하고 있다. 로보틱스는 로봇과 기술의 합성어로 로봇을 실생활에 도입하는 기술이다. 로봇은 심해나 자연재해 현장, 오염된 지역 등 사람이 하기 힘든일을 하게 된다. 현대차는 10여년 전부터 로보틱스 연구개발을 시작해 2019년 로보틱스랩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기술 개발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에는 미국의 로봇 공학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4족 보행 로봇인 스팟(SPOT)을 선보였다. 스팟은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현장에 투입돼 방사선량과 전자기파를 측정한 뒤 3D 지도를 만들었다. 또 미국 텍사스 등 건설 현장에도 투입돼 현장 관리자 대신 순찰과 감시를 수행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 NASA는 스팟을 개조해서 화성 탐사용 로봇인 Au-SPOT를 만들기도 했다.
도요타의 도요타리서치연구소는 AI를 활용한 거대행동모델(LBM)을 통해 촉각 피드백과 감지를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양팔 조작 작업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도요타리서치연구소가 LBM를 통해 로봇에게 가르친 기술이 100개에 가깝다. 도요타는 현대차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LBM 학습 관련 기술을 적용하는 등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토요타리서치는 AI학습과 관련해 일류로 인정받고 있고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하드웨어 부문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간 현대차가 개발한 산업용 착용로봇 CEX (Chairless Exoskeleton)와 VEX (Vest Exoskeleton), 하지마비 환자의 재활을 돕는 의료용 착용로봇 엑스블 맥스 (X-ble MEX : X-ble Medical Exoskeleton), 고객 응대 서비스형 로봇인 DAL-e,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 ACR, AI기반 배송로봇, 모바일 플랫폼 모베드(MobED) 등에 도요타의 AI학습 기술이 만나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