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슈】 SK㈜ 첫 밸류업 공시...내용 부실로 D등급 낙제점
【기업이슈】 SK㈜ 첫 밸류업 공시...내용 부실로 D등급 낙제점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10.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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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밸류업 계획 권고에 금융권 제외하고 지주사 '최초' 밸류업 공시 주목
SK㈜, 경영 실적 상관없이 주당 최소 5000원의 배당 내세웠지만 D등급 부여
자회사인 SK텔레콤도 밸류업 공시..."내용 충실하고 고민한 흔적 보여" B등급
지난 28일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기업가치 제고 (이하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지난 28일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기업가치 제고 (이하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기업가치 제고 (이하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연간 배당금을 주당 5000원 이상 배당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SK㈜의 밸류업 공시는 금융권을 제외하고 지주회사 중에는 처음이다. 하지만 밸류업 핵심 내용이 빠져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 밸류업 공시에 D등급을 부여해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주주 환원 규모 확대

지난 28일 SK㈜는 정부의 권고에 따른 기업가치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SK㈜의 밸류업 공시 핵심은 주주 환원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SK㈜는 경영 실적과는 상관없이 연간 주당 최소 5000원(보통주 기준)의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배당금의 안전성을 보장하겠다는 SK㈜의 연간 배당 규모는 2800억원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진행 중인 리밸런싱(자산의 비중 조절)에 따라 자산 매각 이익이나 특별 배당에 따른 수익 등을 활용해서 시가총액의 1~2%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거나 소각 또는 추가 배당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역시 주주환원 규모 확대의 일환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ROE는 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ROE가 10%면 10억원의 자본을 투자했을 때 1억원의 이익을 낸다는 뜻이다. SK㈜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ROE 8%, 2027년 이후에는 ROE를 10% 수준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ROE 10% 수준으로 개선과 주주 환원 규모를 확대해 2027년 이후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배 수준으로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PBR은 주가가 한 주당 몇 배로 매매되는지를 보기 위한 주가 기준의 하나로 주식투자의 중요한 지표다. 현재 SK㈜의 PBR은 올해 2분기 기준 0.49로 PBR이 낮으면 장부가치 대비 주가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의 밸류업 계획에 D등급을 부여했다. D등급이 부여된 이유 중 하나는 지난 3년, 5년 주가가 각각 39%, 42% 하락한 것과 관련해 최태원 회장의 반성과 대책이 없다는 점을 지목했다. (사진/뉴시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의 밸류업 계획에 D등급을 부여했다. D등급이 부여된 이유 중 하나는 지난 3년, 5년 주가가 각각 39%, 42% 하락한 것과 관련해 최태원 회장의 반성과 대책이 없다는 점을 지목했다. (사진/뉴시스)

핵심 내용 빠져 D등급 부여

금융권을 제외하고 국내 지주사 중 최초로 발표된 SK㈜의 밸류업 계획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수준급 이사회 갖췄지만 성의 부족인지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SK㈜의 밸류업 계획은 D등급이 부여됐다. 현재 밸류업 등급은 A+부터 A, B+, B, C, D등급으로 나눠진다. 이 중 D등급은 매우 취약 등급이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D등급을 부여한 이유에 대해 지주사 운영의 기본인 자본비용과 자본배치원칙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주가 디스카운트 최대 요인인 발행주식수 25% 해당되는 자사주 소각도 빠졌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지난 3년, 5년 주가가 각각 39%, 42% 하락한 것과 관련해 최태원 회장의 반성과 대책이 없는 점도 지목됐다. 

또 차입금 감축은 환영하지만 ROE 및 PBR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상세한 계획이 빠진 점도 문제삼았다. 특히 주주환원율은 별도 기준으로 유리하게 계산하고 계획은 전체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거버넌스포럼은 발행주식수의 25%나 되는 자사주를 소각할 것을 해결 방안으로 내세웠다. 

현재 SK㈜의 경우 국내 대형 상장사 중 % 기준 가장 큰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일반주주들의 돈으로 최태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배권 보장해주는 편법이라는 것이 기업거버넌스포럼의 주장이다. 또 자회사 및 손자회사들의 중복 상장 문제도 이사회가 최소한 방향성이라도 제시해야 할 밸류업 과제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SK텔레콤도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는데 SK텔레콤의 경우 B등급이 부여됐다. (사진/뉴시스)
같은 날 SK텔레콤도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는데 SK텔레콤의 경우 B등급이 부여됐다. (사진/뉴시스)

SK텔레콤도 밸류업 공시...B등급

이날 SK㈜ 외에도 자회사인 SK텔레콤도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SK텔레콤은 패러다임 전환으로 생산성을 개선하는 등 자본효율성을 향상하고 오는 2026년까지 적극적 차입상환을 추진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부채비율을 꾸준히 줄여 자산회전율의 개선 기반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ROE 10% 이상을 목표로 자본효율성을 첫 번째 목표로 내세웠다. SK텔레콤의 지난해 ROE는 9.6%다. 두 번째 목표는 주주들의 배당 상한선 폐지 요구를 적극 반영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AI 중심의 신성장동력 마련이다. SK텔레콤은 ‘AI 비전 2030’을 통해 AI 분야에서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SK텔레콤은 오는 2030년까지 총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고 AI 매출 비중 35% 달성을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이같은 SK텔레콤의 밸류업 계획은 B등급을 받았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텔레콤의 밸류업 계획은 진정성에서 모회사와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ROE 10% 이상, 주식스프레드 (+) 확대 노력, 연결당기순이익 50% 이상 주주환원 등은 바람직하지만 구체적인 자본배치 원칙이 제시되지 않은 점을 아쉽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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