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뉴스투데이]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현재까지 파악된 금융권의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위험에 노출된 자산)는 1조4461억5000만원이다. 홈플러스의 담보가 단단해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금융권 익스포저를 파악하고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선제 대응을 예고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으로 '흔들'
지난 4일 오전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절차는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이 주주나 채권자에 채무를 변제해 달라는 절차로 기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 과정이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유에 대해 신용등급 하락으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회생절차에도 영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3월만 해도 A3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 바로 윗 단계인 A3-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이유는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개선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D로 또 다시 급락했다.
홈플러스의 시작은 1997년 출범한 삼성물산 유통 부문의 할인점 사업이다. 당시 삼성물산 유통 부문은 대구에 홈플러스 1호점을 개점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 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첫 번째 위기를 맞은 삼성물산 유통 부문은 1999년 테스코의 합작 법인인 삼성테스코를 출범했고 이후 200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오프라인 유통 공룡으로 발돋움했다.
홈플러스는 2008년 이랜드그룹의 홈에버(옛 까르푸)를 인수하고 몸집 키우기에 나섰고 2011년 삼성물산이 홈플러스의 소유권을 전부 테스코에 매각한 이후 테스코는 홈플러스의 연 매출 8조원을 달성하며 이마트에 이어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2014년 테스코가 4000억원 규모의 회계 조작에 휘말리면서 또 다시 위기가 왔고 테스코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홈플러스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 책임론 확산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비용 중 2조2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로 충당했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충당했다. 이를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방식이라 한다. 즉,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셈이다.
이에 홈플러스는 매년 수천억 원의 대출금 상환 압박에 놓였고 이는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여기에 쿠팡과 네이버, 마켓컬리 등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유통 비중이 높은 홈플러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홈플러스의 추락은 실적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다음 해인 2016년 309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1년 적자로 전환됐고 최근 3년 연속 연평균 2000억원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실적이 떨어지자 수익성이 좋은 알짜 점포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MBK파트너스가 폐점한 홈플러스 점포는 14개에 달한다. 폐점한 점포 중에는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과 같이 매출면에서 상위권에 있던 점포들이 포함됐다. MBK파트너스는 9개의 점포의 경우 통째로 매각했고 5개는 임대차계약 종료로 폐점했다. 폐점한 점포를 팔아 MBK파트너스는 4조원 가량의 채무액을 갚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MBK파트너스의 팔아치우기는 계속됐다. 지난해에는 지난해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 떼어 내 분할 매각을 추진한 것. 결국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해 매각은 무산됐지만 야금야금 팔아넘겨 홈플러스를 유지하려는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올해 들어 결국 기업회생절차 개시까지 신청하면서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에 무게가 실린다.

홈플러스 관련 금융권 익스포저 우려
특히 현재까지 파악된 금융권의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가 1조4461억5000만원 규모로 알려져 있어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익스포저란 특정 기업 또는 국가와 연관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가를 나타내는 경제 용어다. 즉, 신용사건 발생시 특정 기업 또는 국가로부터 받기로 약속된 대출 및 투자금액 뿐 아니라 복잡한 파생상품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금액을 통칭한다.
금융권의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는 메리츠증권 6551억2000만원, 메리츠캐피탈 2807억7000만원, 메리츠화재 2807억7000만원 등 메리츠금융3사에서만 홈플러스에 선순위 대출 약 1조2000억원을 집행했다. 또 KB국민은행 546억7000만원, 신한은행 288억8000만원, 우리은행 270억원 순으로 대출을 집행했다. 여기에 신용보증기금 860억원, 서울보증보험 219억4000만원 등 보증기관들도 홈플러스 관련 위험에 노출돼 있다.
홈플러스는 부동산 신탁회사와 맺은 신탁계약의 수익증권을 메리츠금융3사에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에 대한 담보채권(신탁) 1조2000억원을 보유중이나, 신탁사의 담보가치가 약 5조원으로 평가받는만큼 자금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해당 신탁에 대한 1순위 수익권을 가지고 있고 수익권 행사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와 무관하며 EOD 발생 즉시 담보처분권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신용보증기금이 홈플러스에 제공한 보증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 회사채에 대한 보증이다. 2023년과 지난해 각각 560억원, 300억원씩 발행됐는데 오는 10월 30일 560억원, 내년 4월 29일 3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신용보증기금은 홈플러스가 법원에 회생을 신청한 만큼 변제 계획안, 법원 인가 등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신용보증기금이 회사채 보증을 했기 때문에 일반 채권 투자자들의 피해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219억4000만원이 모두 이행 보증이다. 이는 홈플러스가 체결한 계약의 이행을 담보하거나 상거래 결제 대금을 보증하는 개념이다. 투자자인 국민연금의 경우 손실 위험이 커졌다. 국민연금은 10년 전 공동투자펀드를 통해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6000억원을 투자했고 현재는 미지급 이자를 비롯해 1조1000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에 금융당국은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금융권 익스포저를 파악한 후 관련 위험을 확인하겠다며 대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