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MBK파트너스의 무리한 기업 인수가 불러온 파장 
【긴급진단】 MBK파트너스의 무리한 기업 인수가 불러온 파장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5.03.17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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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 책임론
"기업 인수부터 운영까지 무리수 지적"
네파, 모던하우스 등 다른 기업도 비슷
홈플러스 사태 이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거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사진/뉴시스)
홈플러스 사태 이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거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홈플러스 사태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거센 가운데 문어발식의 무리한 기업 인수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홈플러스 뿐만 아니라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대부분의 기업이 홈플러스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MBK파트너스가 개입하면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또 다른 기업 인수 작업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의 기업 인수는 문제가 없을지 짚어봤다. 

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 책임론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 2위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법정관리)는 대한민국에 충격을 줬다. 고환율과 고물가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형 유통기업의 법정관리는 국민들의 밥상까지 흔들었다. 지난 4일 오전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절차는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이 주주나 채권자에 채무를 변제해 달라는 절차로 기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 과정이다.

홈플러스 밝힌 법정관리 신청 이유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지난달 28일 투기 등급 바로 윗 단계인 A3-로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물론 쿠팡과 네이버,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거대해질수록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입지가 좁아진 문제도 있다. 여기에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방식과 운영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지난 2015년 MBK파트너스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와 캐나다공무원연금, 테마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 비용 중 2조2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로 충당했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으로 대출받아 충당했다. 즉, MBK파트너스의 기업 인수는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차입매수) 방식으로 대부분의 인수 자금을 대출로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인수 후 해당 기업은 부채를 떠안고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또 MBK파트너스는 리캡(자본재조정)을 통해 추가 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고 해당 기업의 부채는 늘어나게 된다. 운영 과정에서도 MBK파트너스는 알짜배기 자산을 매각하면서 투자금을 챙겼다. 이에 기업의 몸집은 줄어들고 빚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실적으로 나타난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다음 해인 2016년 3090억원이었던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021년 적자로 전환됐고 최근 3년 연속 연평균 2000억원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서울 은평구 북가좌동 일원에서 열린 '서울시립 김병주도서관 착공식'을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서울 은평구 북가좌동 일원에서 열린 '서울시립 김병주도서관 착공식'을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네파, 모던하우스 등 상황도 비슷

이런 문제는 홈플러스 뿐만 아니라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다른 기업에서도 포착된다. 지난 2008년 MBK파트너스는 딜라이브(구 씨앤엠)을 2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차입 규모는 1조6500억원이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초기 약속과 달리 AS와 설비를 하청 구조로 전환했고 2011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2014년 비정규직 노동자 15%를 해고하고 매각을 준비했으나 내부 반대로 무산됐고 경영 악화를 거듭하다 결국 2016년 채권단에 경영권을 넘겼다. 

2009년에는 영화엔지니어링을 인수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할 당시 영화엔지니어링은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평가 6년 연속 1위를 기록한 강소기업이었다. 영화엔지니어링은 2000년 이후 연평균 42%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고 2008년에는 매출이 2600억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5년 연속 적자로 전환됐고 2014년 채권단과 협약으로 임직원의 70%를 내보냈다. 하지만 2015년에도 적자에 신용등급까지 떨어지자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MBK파트너스가 2017년 6860억원에 인수한 모던하우스는 리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던하우스는 국내 홈데코 시장의 점유율 38%를 보유한 업계 1위 업체다. 인수 당시 차입 규모는 2900억원이다. 문제는 MBK파트너스가 2021년 리캡으로 3400억원을 추가로 대출했고 이는 모던하우스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후 일부 투자금을 회수한 MBK파트너스는 2022년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모던하우스 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됐고 지난해 다시 매각을 검토한 바 있다. 

네파의 경우 경영이 악화된 상태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특수목적법인(SPC) 티비홀딩스를 설립해 9900억원에 네파를 인수했다. 이 중 48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했고, 나머지는 2008년 조성한 2호 블라인드펀드 등을 통해 조달했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2015년 티비홀딩스와 네파를 합병해 인수금융 부담을 네파에 떠넘겼고, 네파는 매년 200억~300억원대 이자 부담을 떠안았다. 네파의 부채 비율은 2013년 34%에서 2023년 말 기준 231%까지 치솟은 상태다. 실적 역시 2013년 4703억원이던 네파의 매출은 2015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2023년에 313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182억원에서 140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 14일 조주연(오른쪽)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MBK 부회장)이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기업회생절차와 관련한 회사의 입장 발표 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4일 조주연(오른쪽)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MBK 부회장)이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기업회생절차와 관련한 회사의 입장 발표 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병주 회장 직접 나섰지만 글쎄

이처럼 홈플러스 뿐만 아니라 MBK파트너스의 인수와 경영에 대한 문제 의식이 커지는 가운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직접 사태 해결에 모습을 나타났다. 김 회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게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며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김 회장의 자산 규모는 14조원대로 현재 국내 주식 부자 순위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김 회장은 입장문에서 회생절차를 통해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돼야만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의 변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유통업체의 지급불능사태로 많은 사회적 혼란이 초래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BK파트너스는 회생법원의 보호 아래 홈플러스가 정상 영업 활동을 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여러 이해관계자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며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채권자들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분들과 홈플러스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역할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확한 사재 출연 규모와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은 환영하나 찬찬히 살펴보면 시기나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고, 소상공인 결제 대금 지원 외에 다른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 역시 언론에 보여주기식 사재 출연을 의심하며 김 회장의 충분한 사재 출연으로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요구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현재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의 인수를 협상 중에 있고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고 기업 인수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지난 11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MBK파트너스에 대한 조사가 첫 발걸음을 떼는 모양새로 향후 MBK파트너스의 기업 인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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