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0분 동안 만났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그야말로 아니 만난 못한 만남이 됐다. 이번 면담이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배석했다. 하지만 면담 직후 브리핑은 없었다. 단지 국민의힘에서는 한 대표의 3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가 있다. 즉, 한 대표는 말을 했고, 윤 대통령은 듣기만 했다는 것이다. 당정 갈등을 회복하기 위한 만남이었지만 결국 빈손 만남이 된 거싱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 대표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동훈 대표는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에 대한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 김건희 여사 이슈 해소와 밝힌 세 가지 방안,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회담 직전에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한 바가 있다. 하지만 면담에서 이같은 요구사항에 대한 수용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 대표의 요구사항에 윤 대통령은 입을 다물었다.

별다른 브리핑 없어

대통령실은 면담 직후 별다른 브리핑이 없었다. 그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고,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당정이 하나 되자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힌 것이 전부였다.

즉, 양측이 만남을 가졌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애초 면담 자체가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왜냐하면 한 대표는 대통령실이 받기 어려운 요구사항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과의 면담 직전 한 대표 측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을 수락하면서 대통령실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한 대표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시작하면 정국 주도권을 한 대표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김건희 여사 관련 한 대표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 시작하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시행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이 이유도 작동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한 대표는 주로 말하고, 윤 대통령은 듣는 방식의 면담이 됐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발언들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여러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김 여사의 대외활동 자제에 대해 “이미 자제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고,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확인된 잘못이 없지 않느냐”고 밝힌 거승로 전해졌다. 즉,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발언이 오간 것으로 보인다.

부글부글 친한계

빈손 면담으로 끝나면서 당연히 친한계는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있다. 그래도 당정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만남이었는데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면담이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친윤계에 날개를 달아준 면담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 이유로 친한계는 윤 대통령을 버리고, 한 대표가 정치적 날개를 달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 이상 윤 대통령과 함께 가는 행보를 할 경우 오히려 한 대표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을 버리고 한 대표가 독자적인 정치적 행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친윤계는 이번 면감을 계기로 한 대표의 소원을 풀어줬으니 이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함께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면서 당정관계에서 아직까지는 대통령실이 우위에 있다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친윤-친한 갈등 증폭

이는 결국 친윤-친한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친한계 입장에서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한 대표를 대권 주자로 만들어야 하고, 그러자면 결국 윤 대통령과 결별을 해야 한다.

반면 친윤계는 아직도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이며, 그것은 결국 국민의힘이 분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출발점이 이번 면담이다.

박은진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