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맞손】 신세계-알리바바 동맹...국내 이커머스 도전장
【글로벌 맞손】 신세계-알리바바 동맹...국내 이커머스 도전장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12.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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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신세계-알리바바 신설 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출범
신세계그룹이 중국의 알리바바그룹와 손잡고 내년에 신설 합작법인을 출범한다. (사진/뉴시스)
신세계그룹이 중국의 알리바바그룹와 손잡고 내년에 신설 합작법인을 출범한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신세계그룹이 중국의 알리바바그룹과 힙을 합치면서 정용신 신세계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띄웠다. 신세계의 오픈마켓 커머스 플랫폼 지마켓과 중국 최대 직구 플랫폼인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이 함께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가운데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인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신세계-알리바바 손 잡았다

지난 26일 신세계그룹은 내년에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신설 합작법인(JV)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하고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신설 법인 출자 비율은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50대 50으로 신세계는 이마트의 자회사 아폴로코리아가 보유한 지마켓 지분 100%를 출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 3000억원을 출자한다는 방침이다. 신설 법인의 기업가치는 6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신설 법인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편입 후에도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합작 법인은 수익성 부진이란 고민과 상품 품질 논란을 겪던 양사가 고심 끝에 내놓은 승부수로 풀이된다. 

신세계의 경우 지마켓의 수익성 부진으로 고민을 겪어왔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상품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강하고 실제 품질 논란을 겪고 있다. 이에 신세계와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번 동맹으로 기존 지마켓 셀러가 알리익스프레스의 플랫폼에 더 쉽게 입점할 수 있고 반대로 알리익스프레스에 상품을 등록사지 않아도 지마켓을 통해 기존에 알리익스프레스가 확보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윈윈 전략을 내세울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에서는 셀러의 수가 곧 플랫폼의 경쟁력”이라며 양사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눈치다. 지마켓 셀러 60만명과 수백만명으로 추산되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셀러가 합쳐지면 플랫폼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략이다. 앞으로 양사는 내년 신설 법인 출범 전까지 기업가치 및 투자 규모에 대한 평가는 물론 합작법인의 지배구조와 경영 방식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논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오후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오후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과 네이버에 도전장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기대대로 신설 법인을 통해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체제인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 2022년 기준 쿠팡의 점유율은 24.5%, 네이버 23.3%로 나란히 1, 2위에 올라 있다. 이어 3위는 SSG닷컴·지마켓(11.5%), 11번가(7%) 순이다. 하지만 이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이 국내 시장을 공략하면서 월 이용자수에서는 1위인 쿠팡에 이어 알리익스프레스가 2위에 오르는 등 변화가 포착된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이번 신세계와의 합작 이전에 이미 국내 공략을 내세운 바 있다. 향후 3년간 한국 사업의 확대를 위해 11억 달러, 한화로 약 1조4471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것. 전체 투자금액 중 2억 달러(약 2632억원)는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하는데 쓰인다. 이는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면적으로 국내에서는 단일 규모로는 최대 규모다. 물류센터는 국내 이커머스의 새벽배송과 로켓배송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또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소싱센터를 설립하고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할 글로벌 판매 채널 개설도 예고했다. 투자금액 중 1억 달러(약 1316억원)는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판매를 지원하는데 투자를 예고했고 소비자 보호에도 1000억원을 투자해 전문 상담사가 있는 고객서비스센터를 공식 개설하고 소비자 불만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가품 의심 상품을 걸러내고 한국 브랜드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데도 100억원이 투자된다. 

신세계는 지난 2021년 미국의 이베이로부터 지마켓 지분 80.01%를 인수해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주목받았다. 인수 금액은 3조44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이후 지마켓은 지난 2022년 654억원으로 적자를 보였고 지난해에도 321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그간 쓴맛을 맛본 신세계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알리바바와 전략적 동맹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티메프 사태로 퇴출된 티몬과 위메프의 공백이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더욱 높아보인다. 

지난 9월 2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회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셀러 포럼. (사진/뉴시스)
지난 9월 2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회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셀러 포럼. (사진/뉴시스)

티메프 사태 이후 양강 더 굳건

문제는 티메프 사태 이후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가 더 굳건해졌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간한 ‘이커머스 시장연구’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쇼핑 분야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 쿠팡 등 상위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가 최근 6년간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과 네이버의 월평균 순결제금액은 2018년 2조∼2조5000억원에서 2024년 8조∼9조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소비자의 선호도에서도 나타난다.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에서 10만원 이하 상품이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5% 더 비쌀 때 어떤 경쟁 플랫폼을 선택하겠냐고 묻는 질문에 쿠팡을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 중 77.4%가 네이버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네이버를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 중에는 71.4%가 쿠팡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즉, 소비자들은 네이버에서 구매를 하지 않으면 쿠팡을 이용하고 쿠팡에서 안 사면 네이버를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2순위 선택지로 응답한 지마켓과의 격차는 무려 30%p 이상이다. 반면, 옥션과 11번가 등의 순결제금액은 2018년 수준에 머물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공정위는 지난 7월 티메프 사태 이후 쿠팡과 네이버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더욱 증가했다고 봤다.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티메프 사태 후 주이용 쇼핑몰 변경 소비자 중 64%는 쿠팡을 선택했고 53.4%는 네이버를 선택했다. 지마켓을 이용하겠다는 소비자는 34.9%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에 대해서는 저가 공산품 품목군에서 상당한 경쟁압력이 형성돼 있지만 물류와 배송, 교환, 환불 등 수요 측면에서 제약이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향후 저가 공산품에 대한 급격한 수요 증가와 국내 판매자 입점 확대, 물류 설비 확충에 따라 상당한 경쟁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조건을 달았는데 이는 곧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이어진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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