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도 가고 행복도 간다
5월도 가고 행복도 간다
  • 정은경 방송작가
  • 승인 2023.05.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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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파랗다. 시리도록. 구름은 하얗다. 솜사탕처럼.
햇빛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다. 어느새 바람은 기분 좋게 서늘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위에 몸을 움츠리기도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이 눈에 띈다. 역시 계절의 여왕, 5월답다.  

더위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엄마는 한여름에도 5월과 같은 날씨면 좋겠다고 하지만 너무 큰 욕심이다. 5월은 간다. 
우리네 삶도 5월의 날씨만큼 행복만이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깐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욕심이다. 행복도 간다.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 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피천득 “오월” 중에서 

5월이 지나가듯, 행복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시간은 그렇게 지나간다. 
다만, 이 시간을, 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매일 매일이 5월과 같다면, 이 계절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매일 매일이 행복으로 가득하다면, 그 시간들을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

비 오고, 우중충하고, 미세먼지 많은 날이 있어야 5월의 완벽한 날들이 찾아오는 것을 두 손 들어 반길 수 있는 것처럼. 지치고, 힘들고, 외로운 시간들 뒤에 오는 행복이라야 더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다.  

5월과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영원히 머물지 않는 시간들이다. 이제 곧 작열하는 태양으로 피곤해질 것이고, 주변의 상황은 또다시 나를 회오리바람처럼 휘감을 것이다. 

그 시간이 오기 전에, 이 시간이 다 가기 전에 나에게 찾아온 아름다운 시간들을 무감각하게 보내지 말고 마음에 담아두자. 고개를 들어 흘러가는 구름 한 번 쳐다보고, 얼굴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며, 손 끝에 닿는 따뜻한 햇살을 느껴보자. 
나에게 찾아온 아주 작은 행복일지라도 가슴에 담고, 감사히 여기자. 
    
충분히 만끽했다면 그것으로 됐다.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5월과 행복의 시간들은 돌고돌아 언젠가 다시 돌아올 테니까.


정은경 방송작가 pdirow@naver.com

정은경 방송작가

20여 년 동안 시사, 교양 분야의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CBS <변상욱의 시사터치>,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 <생방송EBS FM스페셜> KBS <보고싶은얼굴, 그리운 목소리>, <월드투데이>, <라디오주치의> tbs <서울 속으로> 등 다수가 있고, 현재는 TBS <우리동네라디오>를 시민제작자와 함께 만들고 있다.
치열한 방송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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